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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

[원민/순밍] 진단메이커 짧게



눈꼬리 끝에 간신히 맺혀 있던 눈물방울이 이내 볼을 타고 흐른다. 평소처럼 뺨을 감싸쥐고 닦아 줄 수 없음에 짧게 탄식했다. 이별을 고한 건 너인데, 당장 울 것 같은 건 나인데, 왜 네가. 


잔뜩 젖은 목소리로 사소한 것들까지 하나하나 되짚는다. 일교차 심하니까 감기 조심하고, 커피랑 탄산 음료 섭취 줄이고, 아프면 뻐기지 말고 병원부터 찾고....... 소리나게 머그잔을 내려놓자 그가 입을 다문다.


- 걱정 마, 너와 닮은 사람을 만날게. 


기어코 소리내 울음을 터뜨리는 너의 모습마저 여전히 환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나를 밝히던 전등은 이 순간을 기점으로 처참히 꺼져 버렸다.




말끝에 줄줄이 꼬리를 문 소문이 퍼진 건 삽시간이었다. 끈질기게 따라붙는 시선에도 단지 수업에 지루함만을 느낀 그는 기어코 강의실을 빠져나온 뒤 한적한 벤치에서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었다. 뿌옇게 흩어지는 연기 속에서 익숙한 인영이 그에게로 거리를 좁힌다. 그저 눈을 여러 번 깜빡이느라 채 털지 못한 재가 바닥에 떨어진다. 가까이 착석한 그가 손가락에 들린 담배를 뺏어간 뒤 자연스럽게 입에 물었다. 피어오르는 연기가 더욱 매캐하다.


- 미안해요, 선배. 


미안하다고? 입밖으로 내뱉고 싶은 단어들이 머릿속에 복잡하게 뒤섞인다. 그래, 네가 전하고 싶은 미안함의 감정은 나와 만나면서 돈 받고 원조나 했다는 사실에 대한 거겠지. 순간 허공에서 시선이 마주쳤다.


- 이제 아침마다 전화로 안 깨워 주셔도 돼요. 

- 헤어졌잖아요, 우리.

- 저 같은 애랑 만난 시간 아까운 거 알아요. 


가혹한 말과는 비교되게 환한 미소를 띤 채 틈없이 몰아붙인다. 언제부터 이렇게 냉랭했을까. 내 기억속의 네가 아닌데.


- 제가 더러운 것도 알고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전히 그가 물고 있는 담배를 뺏어들어 바닥에 떨군 뒤 발로 여러 번 짓이겼다.


- 너에 대해 가볍게 말하지 마.

- .......

- 나는 아직도,


차마 완성할 수 없는 문장에 그는 이를 악물었다. 올려다보는 거짓 없는 눈동자를 뒤로한 채 목적지 없이 무작정 걸어나갔다. 다시는 닿을 수 없는 것처럼 그들의 거리가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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