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어둠이 내렸지만 기승을 부리는 무더운 날씨 덕분에 민규는 결국 손부채질을 하며 평상에 드러누웠고, 타이밍 좋게 승관이 편의점 봉투를 손에 들고 초록색 페인트가 다 벗겨진 계단을 걸어 올라오고 있었다. 여러 색의 불빛이 뒤섞인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조그마한 옥탑방이 승관의 거주지였다. 승관은 신발까지 벗은 채 다리를 쭉 뻗고 대(大)자로 뻗어 있는 민규 옆에 맥주를 내려놓았다.
금방 간다며.
그래도 맥주까지 사다 줬는데 어떻게 금방 가냐?
씨익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한 민규가 봉투 안에 들어 있던 맥주 두 캔 중 하나를 집어들고 망설임 없이 개봉했다. 치익, 듣기 좋은 소리와 함께 곧바로 입에 가져다대려는 민규가 다시 맥주를 내려두고 봉투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안 먹냐? 승관의 말에도 굴하지 않던 민규가 나머지 한 캔 마저 딴 뒤 승관에게 건넸다.
건배는 해야지.
그 말을 듣고 못 말린다는 듯 바람 빠지게 웃은 승관이 받아든 뒤 둘은 가볍게 맥주캔을 맞부딪쳤다. 건배.
나 오늘 성적 떴는데, 평균 4점 넘었다.
잘했네.
대학 생활 재미있냐? 승관은 분명히 무덤덤하게 질문했지만 민규는 어, 그냥, 따위의 말들로 대답을 얼버무렸다. 민규는 이름만 대면 안다는 서울의 4년제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신분이었고, 승관은 그저 노래가 좋아 그 길을 좇지만 냉정히 말하면 백수 신분인 것이 둘의 차이였다.
승관은 민규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원체 자신도 눈치가 빠른 편이지만 민규가 자신의 감정을 숨길 줄 모르는 인간인 것이 한몫했다. 사실 승관은 민규가 옥탑방에 찾아오지 않기를 바랐다. 볼 것 없고 초라한 자신보다 더 멋있는 사람이 민규 옆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아니, 자주 하는 승관이였다.
승관아.
어.
나 노래 불러 주라.
민규는 가끔 승관에게 갑작스러운 노래를 요구하고는 했다. 멋쩍어하며 다른 말로 상황을 무마하려는 승관에게 말꼬리를 늘이며 끝까지 불러 달라는 민규가 귀여워 몇 번 불러 줬는데, 그 이후 습관적으로 노래 이야기를 하는 민규를 보며 승관은 자신이 잘못 들인 버릇이라 생각하고, 이미 머릿속으로 선곡표를 펼쳐 놓고 있었다. 자신의 옆에서 웃고 있는 민규를 보며 승관은 이내 목을 가다듬었다.
우리 어떻게든 무엇이 되어 있건, 다시 만나 사랑해야 해요.
간신히 빛을 내고 있는 전등이 반짝거렸다. 민규는 승관의 어깨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옆에서 내려다본 민규의 속눈썹이 길고, 예뻤다. 그때까지 다른 이름 사랑하지 마요. 승관은 노래를 이어부르며 계속 민규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밀어내도 다가오는 민규에게 미안한 감정이 컸다. 어느 하나 빠지는 곳 없는 애가 도대체 내 어디가 좋다고. 머릿속이 복잡해진 승관이 노래를 멈춘 뒤 민규의 볼을 한 손으로 감싸쥐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여 민규의 입술을 찾았다. 민규의 눈꼬리를 타고 흐르는 눈물방울을 닮은 밤하늘의 별들은 여전히 환하게 빛났다.
오레오 림이 멘션 주신 부규 여름밤으루 ,,, 이건 개인적으로 뒤에 더 쓰고 싶ㄸㅏ 시간 되면 써야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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